중독성 말고 노나메

요즘 곳곳에서 눈에 띄는 조합이죠 "게임의 중독성"


근데 중독성 이건 자세히 알 생각 없이 그냥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차용한 표현이잖아요. 다른 표현을 제안합니다. 접근성의 과잉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한 ~ 뭐 그런 시시한 얘기가 아니예요.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성취 접근성의 과잉이라 하겠습니다. 몹을 잡든 사람을 잡든 레이스를 이기든 퍼즐 세개를 나란히 맞추든... 너무 쉽게 또 자주 얻는다는거예요. 그에 따른 대표적 부작용으로 현실외면이 있죠?


부끄러운 얘긴데 제가 옛날부터 했던 게임 다시 하는 버릇이 있어요. 전에는 검증된 명작의 재감상이려니 했다가 요즘 생각이 바뀌었는데. "쉬운 승리"를 탐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주 했던건 캐딜락/전신마괴/슬램마스터 등의 원코인. 감이 오시나요?
이미 익숙해져서 쉽게 따낼 수 있는 승리를 계속 탐했던거죠. 특히 시험기간에 심했는데, 글자와 숫자에 쳐발리고 의욕을 잃었을 때 특히 쉬운 승리에 집착했습니다. 큰 실수 없이 약 20분이면 작은 승리가 손에 들어오거든요.
이것만이 아니라 프메3라던가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랜덤요소의 변수가 크지 않은 "스케쥴 시뮬레이션" 요소가 든 게임을 선호했던 것도 위와 같이 통제하기 쉬운 승리에 취해 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네요 허허


위의 게임들만 그런게 아닙니다. 많이들 한다는 게임이 대체로 다 그래요. 성취의 텀이 짧고 쉽게 얻지만 그만큼 쉽게 잊으니 다시 매달리죠. 성취가 쉽지 않은 현실은 외면하게 되고요. 그게 중독성이 아니고 뭐냐 하신다면, 게임은 술담배처럼 약성분으로 홀리지도 않고 도박처럼 맺음이 없는 구조로 사람을 빙빙 돌리지 않습니다. 통제를 하려면 중독성의 술도박과는 접근을 달리 할 필요가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가부 아주머니들은 의외로 이걸 잘 파악하고 있던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처음엔 중독성이겠거려니 하고 셧다운제로 그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해 봤는데 결과를 보니 이게 아니구나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성취의 접근성을 차단하려고 나온게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평가지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내용을 보면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자체를 통제하려 했던 흔적이 보여요. 물론 이 아줌마들은 게임과의 공존의사가 아예 없고 전쟁만 생각하다 보니 그런 황당한 지표가 나와버렸지만요.


게임은 일단 발을 들이면 사람의 능동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술/도박처럼 허리를 자르거나 접근을 막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핵심 경쟁력을 없애는 행위일뿐더러 애초에 먹히지도 않을 거거든요. 아 물론 읽고 계신 그쪽은 공존을 생각하시는 분이라 가정하겠습니다.
압도적인 흐름이 있다면, 그걸 억누를 수 없을 바에야 잘 이용하는게 상책입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는데 위협적이니 기계를 공격하시겠어요? 그거 멍청한 일인거 아시잖아요. 게임이 그만큼 큰 물인지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이젠 나름 월드클래스 문화라는 한류 있죠? 그거 작년에 영화, 음악, 방송, 출판 컨텐츠 분야 수출 통틀어 7.5억 달러정도 나왔거든요? 그거 세배를 게임 혼자 해냈습니다. 이건 짤방으로도 제법 돌고 워낙 유명한 일이니 조금만 찾아보면 나올겁니다.


근데 사실 저도 구체적인 선도방법은 모르겠네요. 게임 역시 당시의 기계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입김이 큰만큼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굴러갈 애는 아니죠.
다만 "수단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하게 활용하는것 뿐이라고 봅니다.
외산게임을 많이 하면서 고등학교 이후로 별다른 공부없이 영어/일본어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게임 하자고 이것저것 만져보며 익힌 지식으로 군생활동안 간부 컴도 고치고 중대 IT기기 혼자 다 관리하면서 인정도 받았죠. 집에 돌아와서도 "공구와 컴퓨터를 다룰줄 아니" 남자새끼 대접은 해주시더군요.
요는 게임이 다른 학습의 동기를 자극하게 만드는겁니다. 역사소재 게임을 하면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게임을 떠나 역사를 알아볼 시간을 내고" 게임에서 인용한 문구에 흥미를 가져 "게임을 떠나 인문학과 위인 이야기를 알아보고 싶게 하고" 뭐 이런거죠. 물론 "문명을 알고 싶은데 문명해버리는" 수가 있으니 완급조절과 유도가 중요한데 이게 쉽지 않은데다, 흡수하는 개인차도 심한 부분이긴 하지만...


애초에 쉽게 해결될 일도 아니었잖아요?







PS 근데 요즘 이상하게 술도박의 중독성을 닮아가려 하는 게임들이 많긴 많더군요. 엔딩이나 목적의식 없이 막연하다던가... 랜덤/수치조작이 과해서 빙빙 돌린다던가... 다른 평가를 받으려면 우선 그것들과는 거리를 분명히 하는게 좋을것 같아요.
PS2 국내 개발사들을 다 외국으로 쳐날려서 모든 게임의 외국어화로 외국어 학습을 유도한다. 를 생각중이라면 좀 천재인듯. 에이 그럴리가.


덧글

  • 대공 2012/09/28 13:24 # 답글

    0. 얘는 머리길이 봐서는 벛꽃사중주의 거유안경은 아닌거 같은데....모르겠네요.

    1. 게임의 존재목적이 악이라고 보는 시각 같아서 참 그랬죠.
    2. 페르소나 시리즈는 전서채우기와 스케쥴 조정이 재미였지요 ;ㅅ; 그리고 주인공이 칭목질을 할수록 허전해져가는 내 가슴(...) 아! 내가 마법사다!
  • 노나메 2012/09/28 13:29 #

    0. 중년취향 의사 아가씨입니다. 거기까지 가신것도 좀 놀랍구만요.

    1. 쓰면서 좀 오글거리긴 했지만 이쪽 아니면 저쪽마냥 쉽게 볼 문제가 아닌건 맞는거 같아요.
    2. 그 허전한 가슴이 다시 나를 피습을 잡게끔 어헝헝. 본문에도 적은것처럼 전 전서채우고 올커뮤로 자체엔딩이라 더 할 맘이 없어지긴 하더군요.
  • 대공 2012/09/28 13:31 #

    0. 벛꽃사중주 맞았나요?! 사실 그때부터 그분의 슴...아니 그림체가 좋았죠. 애니는 짧아서 길게 보지는 못했지만 ㅠㅠ
  • 노나메 2012/09/28 13:33 #

    0. yes it is. 사실 데빌서바와 여신전생에 발 들이게 만든 것도 그 아저씨 그림이 컸죠.
  • memset 2012/09/28 13:25 # 답글

    요새는 교육성 게임이 돈이 안 된다고 쉽게 등을 돌리는 게 많죠.
    역사적 고증과 검증 시간에 투자하 시간과 돈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술/도박과 같은 다 같이 랜덤게임이나하고 만들고 있고. 어느 업계라인은 원래 맞고라던지 포커 같은 게임 만드는 쪽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적은 돈과 비용 시간으로 뽕을 뽑아 먹을 수 있는 그런 류 게임들 - 한마디로 야한 맞고류 -만 만들더라구요. ㅋ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꾸준히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건 간단한 두뇌게임이라는 사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노나메 2012/09/28 13:31 #

    그 자체로 교육적인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고증있는 역사게임으로 흥미와 동기를 자극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것 같습니다.
    물론 아더왕이고 관우고 사실 다 여자더라 이렇게 흘러가면 문제지만 ㄲㄲ
  • memset 2012/09/28 13:35 #

    두뇌게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미니게임의 집합.
    제목이 두뇌게임류라고 낚시(...)해서 잘 팔리는 거긴 합니다만,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교육용 게임은 많이 나왔었죠.

    마루의 영어 모험이라던가...

    캐릭터와 스토리성을 내세우면서도 해당 주제에 관한 문제 풀고 놀기가 주로 있었죠.
    요새는 나오는 교육용 게임을 보면 그냥 이곳 클릭하면 갑자기 하얀 도화지 같은 화면에 문제 주르륵 나와서 풀고 채점하고(..)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될 것같은 느낌?
  • 노나메 2012/09/28 13:43 #

    교육성을 영리하게 넣으면 중독성이고, 평면적으로 넣어야 비위에 맞는 불편한 진실 어헣헣
  • leiru 2012/09/28 14:42 # 답글

    ps를 보니
    영어를 WTF으로 배우신 마크눈 선생이 떠오릅니다.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778&l=4988


    (사실은 미국에서 살다오신 막눈님, 먼산)
  • 노나메 2012/09/28 16:53 #

    어잌ㅋㅋㅋㅋㅋ
  • 그륜 2012/09/28 18:03 # 답글

    저는 요즘 늙어서 게임 할 때도
    귀찮으면 치트키 안 쓰고 못 버팁니다.

    쉬운 승리 만세.
  • 노나메 2012/09/28 20:19 #

    가끔 새로운 게임을 찾아도 저게 나한테 줄 즐거움이 클까 빡침과 피로도가 클까를 재보게 되더군요.
  • owinz 2012/09/28 18:04 # 답글

    중용의 도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노나메 2012/09/28 20:20 #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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